욕지도
[김순덕의 도발]윤석열은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오라
김순덕 대기자
https://www.donga.com/news/dobal/article/all/20220226/112051225/1?ref=main

입력 2022-02-26 10:00업데이트 2022-02-26 10:19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가 잘나서 지금의 지지율이 나왔다고 보면 오산이다. 국민은 정권교체가 절실해서, 국민의힘이 제1 야당이어서, 그 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이어서 지지하는 것이지 당신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후보 단일화가 필수다. 자강론? 웃기지 마시라. 22~2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38%, 윤석열이 37%다. 일주일 만에 다시 뒤집힌 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이재명은 전주보다 4%포인트 올랐고 윤석열은 4%포인트 빠져버렸다.


정당 지지도도 뒤집혔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4%포인트 올라 39%, 국민의힘은 5%포인트 빠져 34%다. 20일 안철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민주당은 24일 결선투표와 다당제 등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제안하는 등 죽을힘을 다했다. 국민의힘은 뭘 했는가. 안철수 조롱하기? 국민은 오만한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바로 나온 것이다.

● 1997년 DJP도 결선투표하면 패배

후보 단일화 요구도 지겹지만 제도 탓이다. 우리 헌법에 결선투표제만 있으면 이런 고생 않는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당시 김영삼, 김대중의 분열을 노린 대통령 전두환이 요렇게 만들어 놨다.

그때 피눈물을 흘렸던 김대중(DJ)은 1997년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다.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김종필(JP) 자민련 후보에게 내각제 개헌, 총리 임명 등 DJP연합을 약속한 것이다. 결과는 40.3% 득표,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였다.

한나라당 이회창은 38.7%까지 따라붙고도 패배했다. ‘IMF 사태’가 터졌음에도 불과 1.6%, 39만 표 차이로 진 것이다.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도 19.2% 득표했다. 보수 진영으로선 단일화를 못해 정권을 내준 것이다. 윤석열도 이 꼴 될까 봐 국민이 끌탕을 하는 거다.

결선투표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1위 DJ의 득표율이 50%가 안 되므로 1, 2위(이회창)가 다시 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 경우 최종 당선자는 이회창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201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간 ‘선거연구’에 실린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에 있어 실시요건에 관한 연구’ 결과다.

● 이회창도, 이인제도 “천추의 한을 남기지 마라”

이회창은 2017년 회고록에서 “언론이나 논평가들은 패배 원인을 ①여권분열(이인제 탈당 출마) ②야권연대(DJP연합) ③병풍 ④IMF 위기로 꼽지만 사후약방문”이라고 했다. 선거에 진 것은 자신의 잘못이지 누구 탓이 아니라는 거다. 바람직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회창은 최근 “윤석열-안철수가 단일화를 해야 하느냐”를 묻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JP연합이 1.6% 차이로 내가 대통령이 안 된 (여러 요인 중 하나의) 요인이 된 건 틀림없다”며 “이번에도 만일 1%든 2%든 3%의 차이로 떨어진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때 그 이인제도 24일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두 사람이 결단하면 끝난다”고 했다. 전직 여야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100여 명의 윤석열 지지선언 행사장에서 그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압도적 지지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도록 자유우파 세력이 통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거는 절박한 후보가 이긴다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은 “단일화에 대해선 우리 후보의 의중이 최우선”이라고 했지만 그건 젊고 건방진 당신 생각이다. 설령 윤석열이 원치 않는다 해도 단일화는 절박하다. 정권교체를 국민이 원하기 때문이다.

안철수도 25일 TV토론 뒤 단일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막말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윤석열이든 안철수든 누가 대통령 돼도 상관없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핵관이나 국민의힘 사람들이 지방선거 공천권 놓칠까, 내각이나 공공기관 밥그릇 줄어들까 막아서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과거 DJ 측은 이회창처럼 대의명분을 따지지 않았다(오인환의 ‘김영삼 재평가’). 이회창은 대선에서 이기려면 충청의 JP를 잡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3김 청산’을 내건 그로선 JP와 손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DJ는 유신세력 JP와도 포옹했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아니 국민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 당신들이 예뻐서가 아니다

나는 안철수가 교만하고, 인색하다고 쓴 적이 있다. 사람을 모으지 못해 정치에 맞는지 의문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다른 사람을 낙선시킬 순 있다. 윤석열이 안철수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28일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간다. 오늘 윤석열이 안철수에게 전화를 걸었으면 한다.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바란다. 어쩌면 안철수는 전화를 받지 않을지 모른다. 집에 없다며 문밖에 덩치 큰 윤석열을 세워 둘 수도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실패 후 되풀이됐던 일이 또 반복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윤석열은 한밤중 안철수를 보쌈이라도 해 와서 정치개혁에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좋은 나라 만드는 압도적 정권교체에 함께 나아가기 바란다. 이제는 제발 정치인이 국민들 마음 편하게 해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김순덕 대기자 dobal@donga.com
송기균
30대가 땀흘려 일하고 알뜰히 저축하면 내집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집값 폭등으로 30대가 삶의 희망을 뺏겼습니다. 이 희망을 되찾아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생깁니다. 이재명과 윤석렬이 지금이라도 무주택 국민의 고통에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신평근
파이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