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2021-10-14T05:20:29Z

[단독] 북미 테이블에 '종전선언' 올랐다 • 프리덤 앤 라이프 (Freedom And Life)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21&aid=0002488664

종전선언 주장의 실체와 위험성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기말 文 종전선언→평화협정

베르사유조약 2차大戰 못 막아

종전 강행 땐 유엔사 근거 약화

開戰 책임 규명과 반성이 우선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경우엔

동맹 허물고 熱戰 길 닦을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9월과 10월 거듭해서 한반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선 후보들이나 국제사회는 임기 말 정부의 평화 쇼라고 보는 듯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평양 수뇌부만 호응하는 모양새다. 종전선언 주장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으로 민주적 관심을 요구한다.

문 대통령에 따르면 종전선언은 “‘이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에 들어가자’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종전선언이라는 입구를 통해 평화협정으로 가자는 것이다. 성사 여부를 떠나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1953년 정전체제 수립 이후 현재까지의 한반도가 법적(de jure)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고 보는 데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속출했던 국가안보 관련 사건들에 대한 정치적·법적 조치들은 전시 조치들로서의 정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도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고, 국가 배상까지 받고 있다.

1953년 이후 한반도가 전쟁 상태와 평화 상태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는 국제학계의 쟁점이다. 전쟁 상태에 가깝다고 보는 학자들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 주목한다. 평화 상태에 가깝다고 보는 학자들은 6·25전쟁 이후 실질적 평화가 계속돼 온 상태를 중시한다.

현전(現傳)하는 카데시평화조약(기원전 1269년)이 보여주듯이 인류는 끊임없이 전쟁과 평화를 되풀이해 왔다. 그러면서 평화조약이 체결돼야 비로소 전쟁이 끝난다는 인식이 고착됐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은 50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베르사유평화조약은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들 중 하나가 됐다. 1938년 천재 외교관 출신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아돌프 히틀러와 체결한 평화협정문을 흔들면서 평화를 선언했지만, 1년 후 제2차 세계대전 발발과 함께 몰락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 일본과는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체결됐지만 패전국 독일과는 명시적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았다. 1945년 이후의 ‘냉전’이 ‘따뜻한 평화’보다는 못하지만, 열전(熱戰)보다는 좋은 상태임을 인식했던 서유럽은 현재 냉전을 극복한 상태다. ‘냉전’을 ‘수구’라고만 매도하며 진보하겠다던 동북아시아에서는 열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종전선언은 유엔군사령부의 존립 근거도 약화시킨다. 1950년 조선인민군에 대한 평화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엔은 유엔군을 파견하고 사령부를 구성했다. 이후 유엔군 사령관은 연합국 점령하의 도쿄(東京)에서 방어전을 수행했다. 1957년 유엔군사령부가 서울로 이전한 후에도 일본열도의 유엔군 후방기지들은 배후의 ‘불침 항공모함’처럼 한반도 평화 보장을 위해 작동해 왔다. 이러한 유엔군사령부의 해체를 평양은 계속 주장해 왔다.

기필코 종전선언을 하려면 개전(開戰) 원인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죽음으로 정지된 임진왜란 직후 선조도 후대를 위해 이 점만은 분명히 해두려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도요토미 가문을 계승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일본으로부터 ‘개전대비(改前代非·전대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국서를 받아둬 개전 당사자는 분명히 해뒀다(비록 그 국서가 위조된 것이었다 할지라도). 아울러 조선왕조에서 억압받던 불교 승려 사명당을 파견해 포로들을 송환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온전한 종전선언이 되려면 개전 당사자의 반성이 선행돼야 하고, 정전협정이 규정한 포로와 유해의 송환부터 이뤄져야 한다. 지금도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 앞에는 ‘조선에서 침략 전쟁을 도발한 미 제국주의자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남조선이나 미국’이 주적이 아니라면서도 “명백한 것은 조선반도 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11일 평양 측 발언의 저의가 이 비석에 함축돼 있다. 그러한 비석을 그대로 둔 채 추진되는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종전선언’처럼 될 수 있다. 냉전 대신 평화를 만든다면서 동맹을 약화시키고 열전의 입구를 열어 놓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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